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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들칼럼 003] 별을 보러 갑시다 / 신채원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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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러 갑시다

 

신채원 / 독립연구활동가

 

 

나는 당신 손을 잡고 달빛을 따라, 바람이 부는 곳으로 걷다가, 걷다가

잡은 손을 놓고 서 있습니다

내내 활짝 피어 있을 것만 같았던 꽃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아는 눈물입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었든 당신이 걷던 길은 다 내게 오는 길이었습니다

어느 결에라도 나란히 걷는 순간이 한 번쯤 온다면

그거면 되었다 싶습니다

나는 당신 손을 잡으려고 또 걷습니다

나의 기도는 내가 여기 깨어 있겠다는 선언 같은 것입니다

당신이 내게서 거두어 가신 두려움은 언제나 더 딱한 곳을 향하는 선택으로 써야겠지요

당신이 가르쳐준 방법이 그것뿐이니 그 선택을 할 수밖에요

 

- 서울에서 별 보기 힘들어

- 바보야, 네 눈에 수천 개의 별이 있는데 어디서 별을 찾고 있느냐

(영등포 한 술집에서 50대 후반의 남성 ㅇ씨와 60대 초반의 남성 ㅂ씨의 대화)

 

1. 광주로 향한다.

오월이 가기 전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마침 광주로 향하는 이가 있어 차에 몸을 실었다. 주어진 과제를 안고 먼 길을 떠나기로 했다. 어깨에 고스란히 올라앉은 분주함은 오가는 차 안에서 전화로 노트북으로 스마트 폰으로 하나씩 처리해 가며 고리대금을 갚아 가듯이 그렇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괸다. 

무엇을 보았을까. 

광주 사람들의 눈빛이다.

기억은 그런 것이다. 스며들고 닳고 닳는 것, 그리하여 언제든 통곡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광주는 그렇게 끓고 있었다. 누구도 잊지 않기 위해, 또 잊히지 않기 위해. 

마주하기 힘든 기억을 움켜쥔 손, 그 손을 잡아 보고서야 세상 어딘들 광주 아닌 곳이 없었다는 것을 안다. 

 

2. 말하자면 나는 기억을 기록하여 시간과 공간, 그 사이를 잇는 사람이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뒷산을 휘휘 돌며 달큼한 바람이 코끝까지 불어오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든 일은 그렇게 운명적으로 다가와서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기필코 나여야 했다는 간절함을 안겨준다. 

물론 그것은 큰 착각이며 세상은 내가 아니어도 어제와 다름없이 흘러가리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그 길을 간다. 

아직 어딘가에 빛나고 있을 별을 찾아야 하니까. 

그렇게 시작되었다. 

3. 단절된 한 사람의 기록을 찾아 나는 1920년의 종로를 걷다가, 동경을 걷다가, 

1910년의 한 소년을 찾아 헤매다가, 1930년의 어린이가 되어 새들처럼 날아오른다.

소년의 어머니가 되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들을 가슴에 품고 숱한 밤 홀로 아들의 이름 대신

외우던 소리를 툭 토해내고 말았다.

'시천주'

 

순철아, 살아는 있느냐

순철아, 너 있는 곳에도 별이 빛나느냐

순철아, 순철아....

 

얼마나 부르고 싶은 이름이었을까.

용담의 별이 유난히 반짝이던 밤, 천어는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닌 한울에 닿고자 했던 소리였을 것이다. 

작년 봄, 한 여인의 무덤 앞에서 어머니가 부르지 못한 아들의 이름을 속으로 그렇게 불러 보았다. 소년이었다가 아버지였다가 어린아이였다가 지금은 어느 세월을 살고 있을지 모를 한 남자가 걸어왔다. 

천지를 부모로 모시던,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꿈꾸며 달빛 아래 밤이슬 밟고 도망 다니던 사내의 딸, 용담에 살았다던 이 여인이 낳은 아들, 정순철. 

 

별처럼 빛나는 노래를 부르며 별이 된 사람, 정순철을 찾아 별이 어디 어디 떠 있나 올려다본다. 

내 눈에 떠 있는 수천 개의 별은 아직 못 보는가 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외손자이며 ‘용담할매’ 최윤의 아들인 동요 작곡가 정순철은 한국전쟁 때 납북되어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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