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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전강좌 009] 근대에 대한 근원적 비판 /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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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서는 동경대전 포덕문 5절을 심고합니다. 

 

[원문] 5. 至於庚申 傳聞西洋之人 以爲天主之意 不取富貴 攻取天下 立其堂 行其道 故 吾亦有其然 豈其然之疑 지어경신 전문서양지인 이위천주지의 불취부귀 공취천하 입기당 행기도 고 오역유기연 기기연지의

 

[경전풀이] 경신년에 와서 전해 듣건대 서양사람들은 천주의 뜻이라 하여 부귀는 취하지 않는다 하면서 천하를 쳐서 빼앗아 그 교당을 세우고 그 도를 행한다고 하므로 내 또한 그것이 그럴까 어찌 그것이 그럴까 하는 의심이 있었더니

 

 5절은 조선에 물밀듯이 기독교를 앞세워 밀려오는 서구적 근대에 대한 수운의 생각이다. 5절 문장은 서학인들의 말과 행동이 다름을 지적하는 정도가 아니다. 근대성에 대한 근원적 비판으로 읽힌다. 서학으로만 읽으면 기독교와 대비된 동학으로만 좁혀질 소지가가 있다. 이 문장은 조선에 나타난 세계사적 신상태에 대한 수운의 생각이다. 신상태가 무엇인가. 영어로 모던(Morden)이라 한다. 이것이 시대로 말하면 ‘근대’다. 근대는 보통명사로 하면 가까운 시기다. 고유명사로서는 최근 세상에 서구에 나타난 문명체제를 말한다. 

 

 보통명사로서 신상태는 이전과 다른 전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뉴딜(New deal)이라는 말로 쓰기도 한다. 수운의 개념으로는 '다시개벽'이다. 수운은 조선에 나타난 서구적 신상태가 과연 '다시개벽'인가 치열하게 고심한다. 결론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운이 본 서구적 신상태가 포덕 163년인 2022년인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면의 신상태 모던을 보통 신자유주의체제라 한다. 

 

 통상은 불취부귀 공취천하(不取富貴 攻取天下)를 예수의 산상수훈(마태복음 5장)에 빗대 해석한다. "가난한 자가 복을 받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라"면서 어찌 군대를 보내어 침략하는가? 

 

 아프리카 케냐 초대 대통령은 서학과 제국주의가 한몸이라는 것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교사들이 왔을 때 그들은 성경을,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었다. '기도합시다'라고 해서 눈을 감았다 떠 보니 우리는 성경을, 그들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조모 케냐타 1889~1978 케냐 초대 대통령-

 

 수운의 포덕문 5절과 조모 케냐타의 말은 근대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유로서 매우 압축적 시(詩)다. 마르크스는 이 짧은 문학적 사유를 두툼한 여러 권의 책으로 증명했다. '자본론'이 그것이다. 둘이 해결책은 다르지만 근대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동일했던 것이다. 堂을 교당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서구적 근대를 전파하는 모든 학문과 논리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확장해 읽을 수 있다. 

 

 더 이상의 중언부언하는 해설이 있을 수 없다. 서구적 근대는 문명의 다시개벽이 아니다. ‘불취부귀 공취천하! 자본국가는 늘 모두를 위해 있다고 선전하지만 천하를 빼앗으려 한다. 그 근대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수운의 제자로서 동학인들은 다시개벽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다시개벽은 사회적 성화의 다시개벽이어야 한다. 수운의 위대함은 "그것이 그럴까 어찌 그것이 그럴까" 하는 치열한 문제의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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