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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들칼럼 007] 살림의 정치, 살림의 경제를 위하여 / 김용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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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휘 (대구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를 주도한 울산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 50여명에 대해 감찰을 하겠다며 강경대응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연일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곳곳에서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민생을 돌보는 일보다는 권력 장악에 더 혈안인 것처럼 보인다. 어떤 변명을 갖다 대더라도 경찰국 신설은 결국 경찰조직을 행정부가 장악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생에 소홀했던 건 지난 정부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촛불의 열망으로 탄생한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5년 내내 검찰조직과 싸우다가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검찰 조직의 힘을 빼려고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는데 힘을 다 써버렸다. 그러다보니 정작 민생에 필요한 법안 제정에는 소홀하거나 상정도 못하고 폐기처분된 것이 허다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어떤 권력기관이 문제가 있다고 그것을 견제하는 또 다른 기관을 만들면 그 기관이 다시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생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권력의 힘겨루기로 세월을 허송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고통은 오롯이 민중들의 몫으로 떠넘기진 채 말이다. 지금 윤석렬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개혁에 목숨 건 지난 정부의 최대 수혜자이다. 하지만 윤 정부도 똑같은 길로 가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윤 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는 이번 정권 최대의 패착이 될 가능성이 많다. 

 

아무리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지만, 국정 운영을 검사 시절 법 집행하듯이 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민생을 살피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돌봐야 한다. 너무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소수에게 편중된 부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부의 재분배’ 역할이 국가의 두 번째 중요한 역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협할 땐 타협도 하고, 양보할 건 양보도 해야 한다. 야권과도 협치를 해야 하고,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 정부는 여전히 칼날만을 휘두르며, 검찰의 시선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뚜렷한 철학도 비전도 없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고 거꾸로만 하면 되는 듯이 하고 있다. 정말 반대로 하고 싶으면 이전 정부가 여전히 국정기조로 중심에 놓았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뒤집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정치의 비극은 민주정권이 들어서자마자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데 있다.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물신(物神)이란 괴물을 마치 구원자인 것처럼 환대했던 것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자유주의를 당연한 국정철학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를 전격 도입한 지 5~6년이 지난 2004년 무렵부터 불평등은 심화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졌다. 그 결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고, 이후 청년들의 삶은 더욱 불안정하게 되면서 삼포세대, 칠포세대 라는 슬픈 유행어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0년 이후부터는 출산률도 꼴찌가 되어 ‘최저출산률 최고자살률’의 불명예스런 나라가 되었다. 출산률 제고를 위해 그동안 380조를 썼고, 올해에만 46조가 잡혀 있지만 여전히 출산률 저하를 막지 못하고 있다. 만병이 무효였다. 그 이유는 젊은 사람들의 삶을 가장 힘들게 했던, 정작 가장 큰 원인인 신자유주의 정책에는 눈감고 부차적인 문제만을 가지고 처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권은 애초에 민생문제와 불평등, 특히 청년의 삶의 질 제고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냥 선거를 이기기 위해 헛된 공약만 외쳤을 뿐이다. 오로지 지난 정권에 대한 비난과 각종 차별과 배제, 분노와 혐오에 기반한 네거티브 정치를 하고 있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고작 한다는 게 이전 정부의 탈핵 정책을 되돌리는 퇴행적 길을 선택하고, 반도체 학과 늘린다는 이야기뿐이다. 4차 산업 전반에 대한 연구지원의 확대도 아니고, 콕 집어 반도체 인력 양성이라니, 특정 기업에 대한 몰아주기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각종 경제 지표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개인의 삶은 훨씬 힘들어졌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더욱 심해졌다. 그 결과가 ‘최저출산율·최고자살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고,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계 위기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도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이러한 산적한 위기와 과제를 돌파하고 진정한 선도국가가 될 어떤 전망도 비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작태만 보일 뿐이다.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도넛 경제학’ 같은 현실 가능한 대안들도 있다. 도넛 경제학은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창안한 21세기 경제학 이론으로, 인간의 사회적 기초가 충족되면서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어가지 않는 두 경계 사이를 마치 도넛 형태처럼 잘 관리하는 이론이다. 이는 오로지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20세기 경제학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안으로는 기본적 삶이 붕괴되지 않을 하한선을 관리하고 밖으로는 생태적 한계를 함께 관리하는 새로운 경제학이다. 자본주의를 부정하거나 재벌해체를 부르짖지도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약간의 정책 기조만 바꾼다면 적용가능한 이론이다. 

 

다른 대안으로는 북유럽식의 복지국가 모델도 있다. 이미 북유럽은 따뜻한 자본주의, “탈상품사회”를 꿈꾸면서 인간의 사회적 기초에 기반한 역동적 복지국가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들은 각종 행복지수 통계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에 기반한 지역자립의 경제학도 가능하다. 모든 읍면동에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행하여 예산편성과 집행에도 주민이 주체가 되는 방식의 모델이 실행된다면 지금의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직접민주주의에도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민의 삶에 직접 와닿는 경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와 먹거리를 지역 안에서 생산, 소비, 유통, 폐기까지 함으로써 생태적 건강성을 높임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정치다. 지금처럼의 네거티브, 혐오의 정치를 그만두고 살림의 정치, 살림의 경제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에 근본적 질문을 가지고, 멀리 내다보고 국가의 설계도를 그려야 할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농업, 과학기술, 외교안보, 통일 등 모든 영역에서 현실 논리에만 지배당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미래적 가치와 비전에 입각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실천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덕을 닦고 공부를 해야 한다. 머리로는 더 좋은 상상력을, 가슴으로는 더 넓은 포용력이 필요할 때이다. 부디 마음 머리를 돌려(回心), 수덕(修德)과 적공(積工)에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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