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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들칼럼 006] 존중하며 어우러지다 / 궁희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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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 25일, 영화 ‘고지전’(2011년 개봉)을 봤다. 그리고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을 나이인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통찰을 얻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은 왜 살아요?”, “왜 싸우죠? 전쟁은 왜 하는 거예요?”, “죽으면 어떻게 돼요?”… 대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이 참 많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 거지?’, ‘전쟁을 하는 이유를 알고 싸웠을까?’, ‘과연 전쟁을 해서 얻은 것은 잃은 것보다 갚진 것인가?’

   

 지난 주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관계중심 생활교육 학부모 특강이 있었다. 사전에 신청한 학부모들이 50명이 넘었다는데 당일엔 10명 정도 참석하여 오손도손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를 다 들은 후의 결론은 “배움은 언제나 삶의 비타민이고, 윤활유처럼 스스로를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학교나 유치원에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 공간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는지, 존중하고 있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엄마’라는 위치에서 ‘잔소리’를 무기로 아이들에게 ‘고구마’(답답함)를 얼마나 먹였던가… 생각해 보았다. 강사는 요즘 내가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콕 짚어서 얘기해 주셨다.


 새 도시로 이사 온 지 9개월이 되었다. 새로운 밭에 심어진 기분이었다. 식물들도 옮겨 심으면 한동안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서서히 적응되면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싶었던 것인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좋은 밭에서 바르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서인지,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시나브로 한 발, 한 발 스스로 참여하고 있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스스로를 믿어보며 조금씩 타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 공동체 문화의 기본은 상호 존중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관계는 나에게 자존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대가나 보상을 떠나 개방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다시 영화 ‘고지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영화는 가상의 설정이 있었지만, 내가 느낀 영화 속 메시지는 “이 전쟁은 일주일 안에 끝난다. 너희들이 왜 지는 지 아냐, 싸우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 한 인민군에게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확실히 알고 있었어. 근데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고 느꼈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인 이 말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한반도를 초토화하고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휴전이 되기까지, 엄청난 희생과 수많은 생명들을 잃었던 이 전쟁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뜻이 아닐까. 사건의 맥락은 사라지고 소모적인 싸움만 하다가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싸웠던 것은 아닐까. 상대를 ‘적’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존중과 소통은 불가능 해진다. 현재진행형인 이 전쟁은 언제쯤 과거완료형이 될까. 이 전쟁 역시 남과 북의 “관계”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보면, ‘관계’ 문제, 그것도 작은, 가장 낮은 단계-차원의 관계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받았던 ‘관계중심 생활교육’에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관계에서 서로 답답함 없이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나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도 생각해 보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무엇을 통해? 정곡에 가장 가까운 답은 ‘존중’일 테다. 존중의 마음은 경청으로 드러난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마주치며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소통이 불통이 되는 순간, ‘목구멍에 고구마가 한가득’, 그런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소통이 안 되고 서로의 답답함이 쌓여 가면 싸움이 된다. 그리고 그 싸움이 길어지면 원래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싸울 뿐, 화가 날 뿐이다. 싸움이 싸움을 부르고 화가 화를 부르는 악순환이 증폭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희생과 파괴를 가져오게 되는 전쟁의 이유도 관계의 문제이고, 소통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여섯 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관리 역량, 둘째, 지식정보처리 역량, 셋째, 창의적 사고 역량, 넷째, 심미적 감성 역량, 다섯째,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의사소통 역량, 여섯째,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이다. 이 중 의사소통 역량은 나 자신, 부모님, 배우자, 자녀… 가정에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생활 속에서 종종 무너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는 ‘자존감’이었다. 그렇다면 나와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귀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나와 생각이 맞지 않는 갈등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힘듦’을 느낀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을 한다면 우리는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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