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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간 탐색의 길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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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수선하다고 합니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의 일상화,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 도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전쟁의 위험성 고조, 강인공지능 시대(chatGPT)의 개막…. 게다가 쌍팔년도 식 검찰독재시대라니…. 시간과 공간, 선과 악, 미래와 과거가 뒤섞이고 ‘상살(相殺/상쇄)’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세상은 어수선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어수선하지요. 세상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위험하지요. 그래서입니다. 인간을 다시금 톺아보기로 합니다. 

인간을 알지 못하면, 세상을 이해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인간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결코 바뀌지 않겠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인간을 깊이 모시기로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의미 ‘인간’ 안에서 찾고, 인간의 시선으로 규정하고, 인간끼리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인간의 정체를 살폈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것은 “하늘은 天이고 天은 하늘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혹은 우리 편끼리만 모여서 경기 규칙을 정하고 시합에 나서서 승승장구 해온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철석같은 사실로 믿고 있던 것들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치, 지구는 네모다나다는 사실의 세계로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의 세계로 이행하듯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도는 세계로부터,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도는 세계로 이행하듯이 우리는 지금 까마득한 어둠의 계곡을 건너가야 합니다. 계곡 저편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짐작할 수는 있으나, 기필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충분히 알 수 없다면, 남는 것은 한 가지, 우선은 사람을 제대로 아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사람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무엇이 사람이 아닌지를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 ‘비인간동물’ ‘비인간존재’에 대한 인식과 담론이 확장되어 가는 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겨우 자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아닐까 합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 대국을 할 때,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바둑의 경우의 수(우주 전체의 원자 숫자보다 더 많다는)를 거론하며, 인공지능이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았지만,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한 국면에서 볼 때 예컨대, 인공지능이 도무지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보았던,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보았던 예술 창작(그림, 픽션, 詩 등)조차도 인공지능의 금역(禁域)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며, 우리는 크게 다음 두 가지 선택지를 손에 받아 쥐게 됩니다.

(1)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인간의 정의, 인간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기, 즉 인간을 재정의하기 (2) 지금까지의 인간 (고유성의) 이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영역을 인공지능이 따라하거나 침해할 수 있게 된 이상, 인간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그 방향으로 옮겨가기(이사, 진화)

 

우리는 비인간 동물까지를 포함하는 인간의 정의, 비인간 존재 전체를 포함하는 인간의 정의, 다시 말해 생물학적 인간만이 아니라, 비생물학적 인간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인간의 정의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여기에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과거의 ‘틀린 답’을 대신할 ‘새로운 정답’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바라는 해답’, ‘가능한 해답’을 전유(轉有)/형유(亨有)/공유(公有)하고 마침내 향유(享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f. 가다가 그만둬도, 간 만큼은 간 것이다. 


* 이 글은 2023.02.15 <모들카페>에 게재된 것을 재수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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