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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주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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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세속주의를 묻는다
상품요약정보 최정화 엮음 | 480쪽 | 152×225mm | 무선 | 2024년 1월 15일 발행 | ISBN 979-11-6629-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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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비평총서 11

세속주의를 묻는다

종교학적 읽기

■ 이 책은…

이 책은 종교와 세속의 이분법을 넘어서서, 세속주의의 형성 과정과 세속주의가 다루어지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종교학적 연구사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인류학, 정치학 등의 인접 학문 분야에서의 세속주의 연구들을 종교학적 시선으로 종합하고 분석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세속주의가 미치는 영향, 그 역할을 탐구한다. 이 책의 내용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심포지엄의 발표를 기반으로 하며, 6명의 저자가 쓴 10편의 글들이 다양한 관점을 포괄한다. 종교학과 세속주의에 대한 이론적 접근, 한국의 종교와 세속주의, 세속주의의 국가별 전개, 그리고 세속주의와 현대 사회의 관계를 다룸으로써, 종교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서 세속주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 분야 : 종교
  • 기획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엮은이 : 최정화
  • 저자 : 김재명, 이진구, 장석만, 조성환, 최정화, 존 몰리뉴
  • 발행일 : 2024년 1월 15일
  • 가격 : 30,000원
  • 페이지 : 480쪽 (두께 23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225mm
  • ISBN : 979-11-6629-183-8 (94100)
  • ISBN(세트) : 978-89-97472-32-1 (94100)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세속’이 형성되는 과정과 세속주의가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종교학적 관점의 다양한 연구를 망라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2년여에 걸친 준비 과정과 연구 발표, 이후의 공동 정리 작업을 거친 결과물들을 모아냈다.
세속주의란 일반적으로 사회로부터 종교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태도이다. 세계관으로서의 세속주의는 존재론적 물질주의, 자연주의적 세계관, 물리주의적 사고방식 등으로, 초자연적이나 초월적이기보다 물질적이고 물리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종교학이 일반적으로 종교 자체를 다루는 데 반하여 이 책은 세속, 세속화, 세속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에 주목함으로써 오히려 종교-세속의 상호 의존성과 상대성을 드러낸다. 이 책이 다루는 세속주의의 관점에서, 종교와 세속은 적대적이지도 않고, 대척적으로 갈등하는 영역도 아니다.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세속 이해를, 세속을 이해하기 위해 종교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가 ‘세속주의 논란’의 중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세속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논점들을 정리함으로써 종교학 연구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한다.

기본적으로 세속화 이론은 근대 이후로 탈종교 흐름과 사회의 세속화가 가속화하면서 종교가 소멸하거나 주변화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출발하였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반면에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세속주의의 몰락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세속주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비판은 세속주의의 이면에 기독교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며, 세속주의가 이슬람권의 탈세속화된 종교문화권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작동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1부 <종교와 세속주의 이론. 입문과 쟁점>에는 두 편의 글이 실렸다.
「종교와 세속주의 입문하기」는 종교와 세속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며, 세속주의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지배적 담론이 되었는지에 대한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근대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종교와의 관계, 그리고 세속주의에 대한 도전과 변화하는 역사적 맥락을 고찰함으로써, 종교와 세속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엘리아데와 세속주의 담론」도 계속해서 종교와 세속의 중첩 현상을 탐구한다. 탈랄 아사드의 세속주의 비판과 오니쉬의 종교철학적 연구가 세속주의의 본질과 그 안에 내재된 신성성을 탐구하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자연주의적 연구의 중요성과 엘리아데의 연구가 제공하는 풍부한 재료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2부 <한국의 종교와 세속주의>에도 두 편의 글이 실렸다.
「한국의 종교연구와 비평(비판)의 세속성 논의」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발행하는 잡지 『종교문화비평』을 중심으로 종교문화비평의 다양한 의미, 종교학에서의 문화비평 논의, 그리고 정진홍의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후속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의 세속성과 종교연구의 관계, 특히 보수신학과의 대립, 세속 영역과 종교학의 관계, 서구의 비판과 비평에 관한 최근 논의, 종교연구, 비판, 세속성에 대한 깊은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속화에 대한 저항 ― 동학에서 한살림까지」는 ‘세속화’로 대변되는 서구 근대의 틀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지향한 한국 자생의 철학, 동학을 소개한다. 이어서 수운-해월의 동학의 지향성이 윤노빈과 김지하를 거쳐 도달한 한살림의 흐름들을 묶는 공통의 키워드로 ‘일상의 성화’를 꼽고, 그것이 생태위기와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인류세 시대에 ‘성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음을 소개한다. 동학이 꿈꿨던 ‘일상의 성화’는 이제 전 인류의 과제가 되고 있다.

3부 <세속주의의 전개: 나라별 접근>에도 두 편의 글이 실렸다.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을 통해 본 신사참배의 정치학 ― 근대 일본을 중심으로」는 메이지 유신 이후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형성된 국가 신도 체제의 형성과 정치적 함의를 탐구한다. 국가와 종교의 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를 바탕으로 전통 신도를 신사 신도와 종파 신도로 분리한 체제를 논의하면서, 특히 국가 신도 체제가 종교와 세속의 이분법 내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 그리고 미신이라는 제3의 범주가 이러한 역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한다.
「기울어진 세속주의 ― 독일의 통일국가 만들기 과정에서 세속주의가 작동되는 방식」은 독일의 통합 과정에서 사회주의와 이슬람에 대해 세속주의가 선택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소개하면서 사회주의와 이슬람 모두 ‘길들이기’의 대상이 됨을 말한다. 리버럴 민주주의 모델의 세속주의에 대한 비판을 다루며, 그 해석의 우위와 갈등 해결에 대한 역할을 지적하고, 독일 이슬람 회의에서의 세속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다룬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현대 국가들에서 세속주의를 재고할 것을 촉구하며, 현재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 철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4부 <세속주의와 현대 사회>는 네 편의 글을 담고 있다.
「생태 위기에 대한 지구학적 대응 ― 성스러운 지구와 세속화된 가이아」는 생태 위기에 대한 반응으로 형성된 서구의 새로운 자연관, 특히 ‘가이아’ 이론에 관한 린 화이트의 주장이 생태신학적 접근 태도로 지구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는 종교적 관점을 취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이러한 접근법을 비판하는 브뤼노 라투르가 가이아를 세속화된 형태로 재해석하는 관점을 소개한다. 이 글은 이런 세속화된 한나 아렌트, 토마스 베리, 라투르의 관점을 검토하며, 이를 ‘지구학’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제안하고 있다.
「보건의료에서의 종교와 세속 ― 건강돌봄과 영성의 만남」은 우선 유럽의 기독교 쇠퇴에서 시작된 세속화 논의, 미국에서의 신종교운동, 그리고 탈세속화론의 등장과 그 확장에 대해 설명하고, 1990년대의 지구화론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종교의 공적 역할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특히 탈랄 아사드의 세속 관련 담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그의 접근이 사회학계의 세속화 논의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최근 보건의료계에서 종교와 영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계가 세속주의의 이름으로 종교의 영역까지 포괄하려는 경향에 주목한다.
「비판의 세속성에 관한 갑론을박 ― 11명의 관점」은 『종교문화비평』 통권 42호에 게재된 ‘한국의 종교연구와 비평(비판)의 세속성 논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는 한국에서의 종교 연구와 비평, 한국의 세속성과 종교 연구, 탈랄 아사드와 사바 마흐무드의 관점을 중심으로 한 󰡔비판은 세속적인가󰡕라는 책의 내용 및 그 이후의 논의들을 다룬다. 이 글은 특히 아사드, 마흐무드, 주디스 버틀러 등의 학자들이 온라인 모임에서 ‘비판은 세속적인가’라는 주제로 의견을 주고받은 내용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한다. 이러한 논의는 세속성과 비판의 연관성, 그리고 종교와 세속의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탐구하는 데 기여한다.
「세속주의, 무슬림 혐오, 마르크스주의와 종교」는 세속주의 개념의 잘못된 사용이 정치적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다. 중동, 특히 이집트와 튀르키예의 사례를 중심으로, 세속주의 개념이 어떻게 좌파의 고립을 초래하고 반동 세력에게 이익을 주는지 설명하고, 이집트와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와 이슬람주의자들의 상황을 분석하며, 세속주의 개념이 정치적, 종교적 힘의 균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한다. 또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사이의 구분이 종교적, 정치적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면서, 세속주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인류학과 정치학 같은 종교학 인접 학문 분야에서 세속주의 연구들이 쌓여 가고 있고, 종교학적 시선으로 정치와 세계관으로서의 세속주의 분석을 요구하는 작업들이 적지 않은 시점에서 이 책이 세속주의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연구의 활력을 제공해 주리라 기대한다.

■ 본문 중에서

● ‘세속적’이란 말은 ‘종교적 가르침과 신념을 따르지 않고 세상의 잣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의미에서 종교 근본주의 진영에서 적대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속적’이란 말과 ‘세속주의’라는 용어는 실생활에서 다르게 사용된다. 세계관으로서의 세속주의는 존재론적 물질주의, 자연주의적 세계관, 물리주의적 사고방식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필자의 성향을 굳이 구분하자면 초자연이기보다는 물질적이고 물리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점에서는 ‘세속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만, 실천과는 별개의 문제로 인생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 실리적 이해관계보다는 도덕적 이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세속적’이지는 않다. 역사학자 토드 위어(Todd H. Weir)처럼 세속주의를 세계관으로서의 세속주의와 정치적 세속주의로 나누면서 그 둘은 구분된다고 보기도 한다. - 본문 19쪽

● 엘리아데가 세속주의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바는 없다. 하지만 엘리아데의 종교학은 고대인의 종교에 강조점을 두면서 현대인과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1973년에 발표한 『세속 세계에서의 성스러움』에서는 현대 사회에서의 성스러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엘리아데는 말하길, “내가 확신하는 바는 근대의 세속화된 인간(secularized man)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그는 여전히 어떤 성스러운 차원(a sacred dimension)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엘리아데는 이렇게 “감추어진 성스러움”은 “해독(decipher)”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종교학의 역할이라고 말한다.31 따라서 엘리아데의 종교학은 넓은 의미에서 세속주의 담론과 어떤 형태로든지 관계가 있다. - 본문 66쪽

● 한국에서도 종교학은 소통 불능의 극단적 보수신학을 겪어내며 상당 기간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비독단적이고 비신학적인 종교연구의 요청이 강력했고, 현재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돈구는 1945년 이후의 종교학을 서술하면서 1950년대와 1960년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의 교과과정을 조사했는데, 1950년대 후반까지 개설 과목이 거의 일방적으로 개신교 신학 위주로 구성되었음을 보여주었다.77 이후 점차 신학적 성격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여주지만, 결코 저절로 바뀐 것이 아니라, 극심한 반목과 갈등의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이루어낸 것이므로 종교학자들이 불통의 신학에서 받은 트라우마는 대단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종교문화비평』 창간호의 특별좌담회 내용78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 본문 103쪽

● 최시형의 경우에는 최제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뿐만 아니라 만물도 “하늘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는 만물-시천주 사상까지 설파하였다.16 그리고 만물을 하늘님처럼 공경하라는 경물(敬物) 사상을 말하였다. 아울러 경물에 이르러야 인간의 도덕이 완성된다는 포스트휴먼적 도덕론을 말하였다.17 최제우의 시천주를 만물에도 적용하여, 인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던 도덕의 범위를 자연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그래서 최시형에 이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하늘 아닌 것이 없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하늘처럼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심지어는 동물끼리 서로 잡아먹는 행위조차도 “하늘의 작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 본문 154쪽

● ‘일상의 성화’야말로 한살림운동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라는 사실이다. 나아가서 그것은 한살림운동이 계승했다고 하는 동학사상과 운동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특히 “동학은 서구 근대의 세속화 방향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표현은 핵심을 찌르고 있다. 이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동학은 후쿠자와 유키치가 지향했던 서구 근대의 인간관과 자연관과는 정반대의 인간관과 자연관을 표방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학은 ‘세속화’로 대변되는 서구 근대의 틀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지향하였다. 그리고 그 지향성은 윤노빈과 김지하를 거쳐 한살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들을 묶는 공통의 키워드는 ‘일상의 성화’이다. 그런데 생태위기와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인류세 시대에 ‘성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카렌 암스트롱의 『성스러운 자연』이나 디페시 차크라바르티가 강조한 ‘외경의 회복’ 등이 그것이다. 동학이 꿈꿨던 ‘일상의 성화’는 이제 전 인류의 과제가 되고 있다. - 본문 170쪽

● 종교-세속 이분법의 배후에는 미신이라고 하는 제3의 범주가 작동하고 있다. 과학의 타자인 동시에 종교의 타자로서 미신이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속주의에 입각한 국민국가의 작동 방식은 종교-세속의 이분법보다는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국가가 국민 만들기의 핵심 장치로 활용하는 교육의 장은 종교-세속의 이분법만으로는 그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가 ‘과학’의 이름으로 어떤 것은 ‘미신’으로 지목하여 제거하고 어떤 것은 ‘종교’의 범주에 포함시켜 온존시키는 이러한 메커니즘에는 2분법이 아니라 3분법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본문 203쪽

● 근대성의 핵심 가치라고 여겨지는 ‘자유’는 그 자체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자유라는 말 앞에 쉽게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듯하다. 종교적 자유 역시 세속 국가의 기본적 가치로 ‘평등’이라는 말과 더불어서 일상과 정치적 삶에서 다른 가치들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뒤편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자유’의 잣대로, 이주민들이 온 국가의 종교적 자유의 문제를 재단한다면 어떤가? 세속국가가 내세우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 그리고 개인의 종교 자유는 이주민들을 예속시키는 권력으로 작동한다. 세속주의가 담론과 제도, 그리고 태도와 감정으로서 사람들의 일상에 권력으로 작용한다는 뜻에서 ‘세속 레짐’(secular regimes)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때 ‘자유주의적 세속주의를 넘어서는 모델을 생각할 수 있는가?’, ‘세속주의 말고 대안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가 모델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요하는 영역이다. - 본문 240쪽

● 종교-세속 담론과 관련하여 의료계가 보여주는 최근의 행보는 지금까지 종교인이 담당하던 영역까지 이제는 의료인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깊은 인상을 준다. 의료화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것은 결국 종교인이 담당하던 영역조차 의료화되고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의료인은 세속사회의 세속적 성직자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의학은 세속주의의 이름으로 종교의 영역까지 포괄하려는 듯하다. 의료계는 종교-세속 담론에 직접 가담하지도 않고, 심지어 통상적인 종교-세속 개념 쌍을 활용하면서도 그 개념 쌍을 실천적으로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종교-세속 담론에서 보건의료계가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의료계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본문 305쪽

● 15편의 게시글을 통해 두 가지의 기본자세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종교와 세속은 동일한 힘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조건 아래에서 종교가 움직이고 있을 뿐이므로 종교는 세속의 규칙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구르구리스처럼 노골적이든 앤드류 마치처럼 에둘러 말하든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세속의 규칙 안에 있는 종교”의 위상을 수용하더라도, 세속의 외부에 위치할 수 있는 종교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속 영역의 자폐 상태는 그 자체로 위험하며, 쉽사리 세속 레짐의 기능 부전(不全)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서 문턱의 인간이 출현한다. 그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서 있는 자이고 온몸으로 그 이중성과 애매함을 견뎌내겠다는 인간이다. 그는 시인일 수도, 학자일 수도, 그리고 비평가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는 문제적 인간으로서, 우리들이 관심의 표적으로 삼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 본문 385쪽

● 세속주의 개념 오용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동이 무슬림으로만 이루어진 거대한 하나의 집단이라는 잘못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물론 터키를 포함한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의 압도적인 다수가 무슬림이고 아일랜드인의 압도적인 다수가 (아주 최근까지도) 가톨릭교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20세기에 이들 지역에서 근대화를 위한 세속주의적 정치 운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런 운동의 주체는 제국주의를 대리하고 그에 협력하는 우파 부르주아의 운동과 정권에서부터 어느 정도는 반제국주의적인 부르주아의 민족주의 운동과 정권, 그리고 좌파 진영의 공산주의자와 스탈린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중해 주변을 보면 알제리의 민족해방전선, 이집트의 나세르와 나세르주의, 팔레스타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시리아와 이라크의 바트당, 무함마드 모사데그(1953년 CIA의 쿠데타로 전복되기 전까지 이란의 총리), 터키 쿠르디스탄의 쿠르디스탄 노동자당, 터키의 케말 아타튀르크와 케말주의 정당, 이집트·수단·이라크·이란·터키의 공산당 등이 이에 속한다. - 본문 403쪽

■ 목차

  • 책을 내며
  • 1부 종교와 세속주의 이론. 입문과 쟁점
    • 종교와 세속주의 입문하기 | 최정화
      • 1. 세속주의 연구, 무엇인가?
      • 2. 세속주의 공부의 자취들을 정리하며
      • 3. 세속주의의 비판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 4. 나오는 말: 종교학과 세속주의 연구의 의의
    • 엘리아데와 세속주의 담론 | 김재명
      • 1. 세속주의 담론
      • 2. 탈랄 아사드와 세속주의
      • 3. 탈랄 아사드의 성과 속
      • 4. 엘리아데의 성현
      • 5. 종교학과 세속주의 연구
  • 2부 한국의 종교와 세속주의
    • 한국의 종교연구와 비평(비판)의 세속성 논의 | 장석만
      • 1. 들어가는 말
      • 2. 한국에서의 종교연구와 비평
      • 3. 한국의 세속성과 종교연구
      • 4. 『비판은 세속적인가?』라는 책
      • 5. 이후의 논의: 두 가지 단면
      • 6. 나오는 말
    • 세속화에 대한 저항―동학에서 한살림까지 | 조성환
      • 1. 세속화된 자연
      • 2. 신성한 자아의 발견
      • 3. 일상의 성화(聖化)
  • 3부 세속주의의 전개: 나라별 접근
    •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을 통해 본 신사참배의 정치학―근대 일본을 중심으로 | 이진구
      • 1. 들어가는 말
      • 2. 국가신도체제의 성립과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
      • 3. 일본 기독교계에 나타난 신사참배 담론의 세 유형
      • 4. 나오는 말
    • 기울어진 세속주의―독일의 통일국가 만들기 과정에서 세속주의가 작동되는 방식 | 최정화
      • 1. 서구 세속주의의 작동 방식 들여다보기
      • 2. 통일 후 독일의 세속주의: 내부와 외부의 논리
      • 3. 세속주의의 이중 잣대
      • 4. 세속주의의 두 가지 작동 방식과 ‘길들이기’
  • 4부 세속주의와 현대 사회
    • 생태 위기에 대한 지구학적 대응―성스러운 지구와 세속화된 가이아 | 조성환
      • 1. 들어가는 말
      • 2. 인간의 조건으로서의 지구
      • 3. 가이아, 살아 있는 지구
      • 4. 세속화된 가이아
      • 5. 나오는 말
    • 보건의료에서의 종교와 세속―건강돌봄과 영성의 만남 | 김재명
      • 1. 들어가는 말: 세속화 담론의 재등장
      • 2. 근대 세속주의 임상의학의 탄생
      • 3. 보건의료에서 종교와 영성의 귀환
      • 4. 보건의료계와 종교 - 세속 담론
      • 5. 나오는 말
    • 비판의 세속성에 관한 갑론을박―11명의 관점 | 장석만
      • 1. 들어가는 말
      • 2. ‘내재적 프레임’의 사이트와 그 말에 관하여
      • 3. <비판은 세속적인가?>의 온라인 논의 내용
      • 4. 나오는 말
    • 세속주의, 무슬림 혐오, 마르크스주의와 종교 | 존 몰리뉴, 이진화 옮김
      • 1. 아일랜드의 사례로 보면
      • 2. 전체적 시야에서 본 프랑스 세속주의
      • 3. 무슬림 혐오의 성장
      • 4. 두 개의 쿠데타
      • 5. 마르크스주의와 종교
  • 주석
  • 참고문헌
  • 발표지면
  • 찾아보기

■ 저자

김재명 _ 서울대학교 종교학 박사, 건양대학교 의학과 의료인문학교실 조교수.
논문으로 「세속화론에 대한 지구화론적 관점의 이해」, 「지구화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여러 관점: 이론적 검토」, 「종교학과 의료인문학」, 「한국개신교의 ‘생명평화’ 운동과 사상」 등이 있다.

이진구 _ 서울대학교 종교학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강사.
저서로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한국 근현대사와 종교자유』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 「최근 한국 사회복지공간에 나타난 종교자유의 정치학」, 「한국 개신교사에 나타난 정교분리의 정치학」,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계발과 복지: 한국 개신교 공간의 번영복음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장석만 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최근 논문으로 「분류체계 등장과 퇴장의 조건」, 「한국종교학의 처음」, 「두 가지 몸의 늙음: 한국 근대 노년 관점의 변화」 등이 있다.

조성환 _ 서강대학교 철학과 박사,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
저서로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다산·동학의 하늘철학』,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 『한국의 철학자들』,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K-사상사: 기후변화 시대 철학의 전환』,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최정화 _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사.
저서로 『한국사회와 종교학』(공저), 『마음과 종교. 종교문화 속 마음탐구』(공저), Rudolf Otto: Theologie-Religionsphilosophie-Religionsgeschichte(공저), Religion als Weltgewissen 등이 있다.

존 몰리뉴(John Molyneux, 1948-2022) _ 영국의 트로츠키주의 계열 이론가이자 사회주의 활동가. 아일랜드 마르크스주의 리뷰(Irish Marxist Review) 편집자.
『마르크스주의와 정당: 마르크스에서 그람시까지』,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철학 입문』, 『레닌에 대해 말하지 않기』(공저) 등 다수의 저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 기획

한국종교문화연구소 _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문화 전반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문학적 전망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본 연구소는 2011년부터 국내외 종교문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종교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비평을 통해 종교에 대한 건전한 의식을 함양하고 바람직한 종교문화를 창달하는 데 기여하고자 종교문화비평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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