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B.C.551-479)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와 근거가 ‘배움(學)’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이 곧 그의 종교와 정치가 되고, 구도의 길이 되었다. ... 인도 사상이나 유대-기독교 사상과는 달리 오늘의 구분으로 좁은 의미의 종교라기보다는 학문과 배움, 공부와 같은 좀 더 보편적인 인간 문명의 길을 제시했으니, 오늘날 제2의 차축시대를 말하면서 인간 모두가 함께 기댈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길을 찾고자 한다면 이러한 공자의 배움 이야기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겠다. - 본문 30쪽
● 공자의 인(仁)은 배움(學)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많이 사색한 사람일수록 첫째,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청빈을 좋아하게 되고, 둘째,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범하지 않으며, 셋째, 항상 마음에 기쁨(樂)이 스며 있어서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 존재의 즐거움이 변치 않는다고 한다. - 본문 57쪽
● (공자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에조차 ‘no’라고 자기부정을 할 수 있는 내적 힘(극기복례)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자는 그것을 인(仁), 인간다움이라고 하였다. 사실 이 극기복례는 어느 공동체, 어느 인간관계에서나 그것 없이는 관계 자체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이 땅의 모든 종교는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핵심 메지지로 삼는다. 예수 복음의 핵심 관건인 ‘십자가의 도’가 그것이고, 불교의 ‘공(空)’의 가르침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 본문 97쪽
● 우리의 경우 여기에 더해서 전통적으로 효(孝)의 나라로 불렸던 것을 생각하며 자신의 늙은 부모를 돌보는 일을 위해서 누구나 적어도 3년간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그래서 그 인생의 마지막을 외롭지 않게, 뼛속까지 ‘죽어 가는 자의 고독’을 느끼지 않게 하고, 가족의 손으로 친히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우리 인간으로서의 마음과 성품이 훨씬 더 순화되고 고양되지 않겠는가? - 본문 136쪽
● 이렇게 유교적 도는 풍성하게 영적이면서 외형은 적게 종교적인 도로서, 오랜 동아시아적 기원으로부터 영글어 왔다. 그것은 거룩(聖, the sacred)과 세속(俗, the profane), 종교와 정치, 정치와 교육·문화, 배움(學)과 사회적 실천(公), 가정(私)과 사회(公) 등을 둘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긴밀히 연결하는 세간적(世間的) 종교의 모습이다. 바로 세속적 삶의 한복판에서 최고의 도를 실현하려는 영적 추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나 불교와는 다르게 유교는 성직자가 따로 있지 않았으며, 그래서 그러한 유교적 도는 오히려 누구나 매일의 삶 속에서 일상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종교적 수행을 지속해 나가는 이슬람적 추구와도 잘 통할 수 있다. - 본문 157쪽
● 유교적 전통을 받아들이는데도 그 유교 전통의 이야기를 더 이상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다. 즉 예전에 공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유교 사상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성만의 이야기로 본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인 한계이고 제약이라고 보는 것이다. ... 그런 이해에서 이제 공자의 이야기가 더 이상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 본문 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