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의 성은 최씨이다. 이름은 제우(濟愚)이며, 자(字)는 성묵(性默)이다. 또 호는 수운재(水雲齋)이다. 경주가 본향이다. 산림공(山林公) 최옥(崔옥)의 아들이며, 정무공(貞武公) 최진립(崔震立)의 6세손이다. 가경(嘉慶) 갑신년(甲申年, 1824년) 10월 28일 경주 가정리(稼亭里)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때에 하늘이 아주 맑았으며 해와 달이 밝은 빛을 발했다. 상서로운 기운이 집 주위에 둘러졌고, 구미산(龜尾山) 봉우리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사흘을 울었다.
겨우 4~5세에 이미 용모가 남다르게 뛰어났으며, 총명하기가 사광(師廣)과 같았다. 아버지 산림공이 항시 사랑하여 애지중지하였다. - 본문 13쪽
● 신유년(辛酉年, 1861년) 봄에 포덕문(布德文)을 지었다. 그해 6월에 포덕(布德)할 마음이 있었다. 세상의 어진 사람들을 얻고자 하니, 저절로 풍문(風聞)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 전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혹은 불러서 입도(入道)하게 하고, 혹은 명(命)하여 포덕하게 하니, 전(傳)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스물한 자(字)뿐이었다. 선생이 그 도를 이름하여 천도(天道)라고 하고, 또 이름하여 동학이라고 하니 사실은 이는 무왕불복(無往不復)의 이치요, 또 모든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무위지화(無爲之化)이다. 닦아 가르치는 것 가운데 한가지는 식고(食告)요, 다른 한 가지는 나아갈 때 반드시 고하고 들어올 때 반드시 고(告)하는 것이다 - 본문 30쪽
● “진실로 성공한 사람은 가라. 이 운상(運想)은 반드시 그대가 나가게 되어 있으니, 이 이후로부터 도(道)의 일을 신중히 하여 간섭하고, 나의 가르침을 결코 어기지 말라.” 하니, 경상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선생님께서는 어찌하여 이와 같은 가르침이 있으십니까?” 선생께서 말하기를, “이것은 곧 운(運)이다. 나도 운에 있어서는 어찌하겠느냐? 그대는 마땅히 명심(銘心)하여 잊지 않도록 하라.” 하였다. 경상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선생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과(過)합니다.” 하니, 선생이 웃으며 말하기를, “일이 그러하니 걱정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하였다. - 본문 47쪽
● 밤이 되어 강수가 주지 스님에게 말하기를, “세상 술업(術業)의 공부가 각각 그 베푸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일이 이미 이에 이르러 같이 겨울을 보내는 고생을 하게 되었으니, 어찌해서 스님을 속이겠습니까? 승속(僧俗) 간에 도를 닦아 성취하는 것이 역시 한가지라,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다만 주문(呪文)으로써 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 본문 124쪽
● 무인년(戊寅年, 1875년) 3월 10일 선생의 기제(忌祭)를 행하였다. 7월 25일 발문(發文)을 하여, 유시헌의 집에서 개접(開接)을 하였다. 우리 도(道)의 개접(開接)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선생님이 계실 때에 파접(罷接)의 이치가 있었고, 그런 까닭에 지금에 와서 개접을 하는 것이다. 이는 문사(文士)의 개접이 아니다. 천지(天地)의 이치는 음(陰)과 양(陽)이 서로 합하여 일월(日月)과 밤낮의 나뉨이 있고, 또 열두 때가 있어, 이로써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수(數)가 정해지는 것이다. 원(元)은 봄이 되고, 형(亨)은 여름이 되고, 이(利)는 가을이 되고, 정(貞)은 겨울이 된다. 네 계절이 성(盛)하고 쇠(衰)하여, 도수(度數)의 순환(循環)하는 것이 비로소 자(子)의 방(方)에서 하늘이 열리고, 축(丑)에 이르러 땅이 열리니, 이가 곧 천지(天地)의 떳떳한 이치가 되는 것이다. - 본문 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