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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들통문 017] 구타원 이공주, 역사를 수집하다(2) / 박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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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원불교의 구타원(九陀圓) 이공주(李共珠, 1896∼1991) 종사의 수집과 역사에 대한 관심 중 회보에 대한 면모를 소개하였습니다. 이번 글에는 구타원이 발간한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구타원은 생애 마지막까지 원불교 제1대 성업봉찬회장으로서,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를 발간해 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1대(代)’란, 원불교의 창립을 위해 설정한 시기인 창립한도(創立限度) 가운데, 원불교의 시작부터 36년까지가 ‘제1대’입니다. 12년씩을 1회로 계산하기에, 1대는 3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회는 목표가 있는데, 이는 구타원의 「성업봉찬가(聖業奉讚歌)」에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병진삼월(丙辰三月) 이육일(二六日)에 대원정각(大圓正覺) 하옵시고 

현시국(現時局)을 관찰(觀察)하사 최초법어(最初法語) 설(說)하신후 

우리교단(敎團) 창립한도(創立限度) 삼십육년(三十六年) 정(定)하시니 

제1회(第一回)의 십이년(十二年)은 남녀제자(男女弟子) 만나시고 

제2회(第二回)의 십이년(十二年)은 교서편찬(敎書編纂) 하셨으며 

제3회(第三回)의 십이년(十二年)은 훈련실시(訓練實施) 하옵셨네

                                

- 「성업봉찬가(聖業奉讚歌)」 -

이 「성업봉찬가」는 구타원이 직접 지은 가사(歌辭)로, 1953년, 곧 원기38년에 실시된 제1대 성업봉찬기념대회에서 울려퍼진 바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으로부터 시작하는 원기1년(1916)부터 원기36년(1951)까지의 1대 동안 행해져온 성업(聖業)을 축하하며 기리는 자리였습니다.


제1대 성업봉찬회

제1대 성업봉찬회

구타원은 이 가사를 짓고 들을 적에 깊은 감회에 사로잡혔을 것 같습니다. 1943년 소태산 대종사가 열반한 뒤 십 년이 지난 뒤였으며, 광복과 뒤이어 찾아온 한국전쟁으로 원불교 교단의 역사는 숨가쁘게 펼쳐져 왔습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개인적으로도 아들 묵산 박창기를 1950년에 잃는 참척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 힘든 상황에서 무사히 원불교의 탄생부터의 1대 36년을 축하할 수 있었음은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생애 마지막 시기까지 편찬에 힘써온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에 대한 발심은 이 즈음 이뤄진 듯합니다. 구타원은 제1대 성업봉찬기념대회에서 봉찬회장으로서 “우리의 과거를 회상하고 그를 밑천으로 만년의 대계를 세우고 진정한 뜻으로 사회를 선도하며 평화를 초래할 장구지책(長久之策)을 강구하여야 되겠다”라고 기념사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구타원의 역사 인식이 잘 드러나는데, 과거의 회상을 통해 만년대계와 장구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과거’, 교단의 초기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사회를 선도하고 평화를 도래케 하는 원불교의 역할은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의 범례를 보면, 제1대 성업봉찬기념대회와의 관련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 “본 역사는 본교 창립한도(創立限度) 36년까지에 입등(入等)한 유공인(有功人)들의 약사(略史)이며 제1대 성업봉찬사업(聖業奉讚事業)의 잔무(殘務)로 엮었다.”라 되어 있는데, 잔무란 아시다시피 ‘아직 끝내지 못하고 남은 일’을 말합니다. 

1958년 성업봉찬기념대회 때 끝내지 못한 일이기에 1986년의 발간시까지 구타원은 열의를 보이며 갖은 노력을 다해 오랜 세월 동안 고군분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타원의 창립 유공인 역사 작성을 도왔던 최봉은 원무 역시 이에 대해 구타원의 “창립 유공인 역사 기술에 대한 열정은 가히 하늘을 뚫을 만했고 그에 대한 준비도 철저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원불교신문』 「원무활동의 보람 1 / 이공주 종사 도와 창립유공인 역사 정리」, 2015.4.24.) 

그렇다면 구타원의 이같은 열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최봉은 원무는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가 구타원에게 2가지 당부한 말이 있는데, 원불교 정녀들의 노후와 창립 유공인 역사의 기록입니다. 창립 유공인 관련하여 소태산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통 법맥을 전할 때에는 재가·출가·은족·친족·원근·친소를 막론하고 신성 있고 고락을 같이 한 사람으로 대수를 대어서 일반 후인에게 알릴 것이다. … 그러나, 너희들은 나를 친아버지와 같이 여겨서 죽으나 사나 떨어지지 아니하고, 나는 너희들은 친아들과 같이 여겨서 어떻게 되어도 버리지 아니하여 너희가 나를 버리고 가면 이어니와 나는 우리 회원 만인이면 만인을 다 내가 버리지는 아니할 방침이다. 너희들은 일생 동안 활동을 할때에 신성에 흠이 없이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하라는 데에 거역이 없고, 그 자리 그 자리에서 안심과 낙을 발견하여 곡조 있게 지내며, 웃어도 회중사로 웃고 울어도 회중사로 울어서 고락을 나와 회중과 같이 동진 동퇴하여야 나의 적통 정맥을 받아서 영원히 갈리지 아니할 혈통 제자가 될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수첩에 긴히 필기하였다가 나의 제자 적통에 대라고 유언할 것이다.

- 『대종경선외록(大宗經選外錄)』 「12.은족법족장(恩族法族章)」 1절 -

소태산은 재가나 출가, 멀고 가까움 등과 관련 없이 자신과 교단의 일에 거역하지 않고, 고락을 같이 하는 이들이 자신의 적통 정맥을 받아 영원히 갈리지 않을 혈통제자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수첩에 필기하여 두었다가 자신이 죽더라도 이들은 제자 적통에 올리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수첩이 교단 역사의 기록물을 뜻한다고 할 때, 교단사적 측면에서 창립유공인들을 기록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곧 소태산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구타원은 소태산의 말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그는 원불교 정녀들의 노후 마련에 힘썼으며, 창립 유공인 역사를 결국 완성해 내었습니다. 구타원은 스스로의 교단사에 대한 투철한 인식 외에도, 소태산의 당부를 마음에 품고 수십 년간 힘을 쓴 끝에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를 자비로 편찬·출간해 낸 것입니다. 

이 책 서문에 제생의세(濟生醫世)의 거룩한 회상이 열릴 때는 법의 주인뿐 아니라 그 교화를 널리 선양하고 법을 크게 호위할 사업의 주인이 있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창립한도 제1대에서 입등(入等)한 유공인 1,756인을 다루었습니다. 1,756명이라는 방대한 제1대 원불교 유공인의 이름과 공적을 어떻게 밝혔을까요? 범례를 보면 교단 초창기부터 「전무출신(專務出身) 약력(略曆)」, 「거진출진(居塵出塵) 약력(略歷)」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라 합니다. 여기서 ‘전무출신’이란 원불교 출가 교역자를 말하는 것이고, ‘거진출진’은 원불교 재가교도를 뜻합니다. 이 공적의 세부내용에는 원성적(元成績, 교도의 공부 및 사업성적을 합한 종합성적), 사진, 법호, 법명, 속명, 단명, 단위, 성별, 생년월일, 출생지, 현주소, 입교연월일, 열반연월일, 열반지, 나의 지도인, 나의 연원수, 부모, 배우자, 생자녀, 학력, 육친혜수, 솔성, 전무출신종별, 전무출신기별, 교직연보 등의 정보가 빼곡이 기입되어 있으며, 뒤에 약력이 실려 있습니다. 과연 창립유공인을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잘 드러납니다. 이같은 엄정한 기록의식은 다른 교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류라 하겠습니다. 

1988년 1월 21일 중앙문화원에서 실시된 제2회 원불교출판문화대상에서 구타원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로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구타원은 상금 전액을 원불교출판문화대상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다시금 주최 측에 희사하였습니다. 모자이크 조각들이 모여 전체상이 됩니다.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는 초기교단의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모자이크와 같이 초기교단사의 큰 상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뿌리와 같은 기록입니다.

(본 내용은 2022 세계종교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구타원 이공주와 원불교 초기 교단사”에서 발췌, 수정하여 소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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