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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들칼럼 015] 진짜 사람인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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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람인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가 마흔을 넘으면서, 인생의 유한함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지금과 같을 것 같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그런 자신감도 잃어버리고, 우울함도 생기고,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진짜 나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는 정말 영혼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혼이 진짜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초능력자라도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법 중에 하나는 종교이며,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거나, 윤회하여 다시 태어난다는 식으로 다양한 교리와 믿음이 존재한다.

21그램의 포스터

21그램의 포스터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시도도 물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벌써 1907년에, 던컨 맥두걸 박사라는 사람이 과학 저널에 발표한 영혼의 무게는 21g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영혼도 물질 중 하나라는 가설을 세우고, ‘사람이 죽은 뒤 영혼이 육신을 떠난다면, 물리적으로 그 현상을 측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던컨 박사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초정밀 저울을 이용했고, 그 결과 사람이 숨을 거둘 때 반드시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본적으로 수분과 공기가 신체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던컨 박사는 수분과 공기를 합한 무게보다 정확하게 21g이 더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면서 바로 이 21g이 영혼의 무게라고 했다. 이 실험의 비교군으로 개 15마리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는데, 사람과는 달리 개가 죽을 때는 몸무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박사를 이를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으나, 개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실험에 사용된 N수가 너무 적고, 사망하는 사람의 몸무게 변화 신뢰도도 높지 않다는 반론에 부딪혔다고 하는데, 이후 이 연구 결과는 2003년에 21그램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욘더의 포스터

욘더의 포스터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 욘더는 영혼이란 무엇인가 대해서 또 다른 시각에서 화두를 던져준다. 주인공의 아내는 병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죽기 전 남편 몰래 자신의 기억을 인공지능으로 만들게 되고, 나중에 인공지능 아내와 만나게 된 주인공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라 큰 갈등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인공지능으로 구현되는 사람은 정말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가상의 공간에서 정밀하게 발달한 인공지능이 내가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사람의 모습, 기억, 행동패턴을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준다면, 나는 과연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소마의 한 장면

소마의 한 장면

                

2015년에 제작된 소마라는 게임에서는,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뇌스캔 실험에 동의하고, 실험 직후 정신을 잃었다가 100년 후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 인공신체에서 깨어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시대는 사람들의 정신을 전산화하여 옮기는 기술이 많이 발전한 상태였는데, 모종의 이유로 인류가 존속할 수도 없고 에너지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멸망 단계의 지구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류의 정신을 스캔한 서버를 우주로 쏘아올린 다음, 태양열을 에너지로 하여 수천년 이상을 인류를 존속시킨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었고, 주인공은 그 계획의 진행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정신을 다른 인공신체로 옮기게 되는데, 몇번의 이동을 거치면서 사실 그 행위가 정신 자체를 신체 간에 옮기는 것이 아니고 기억 및 사고 정보만 복사하는 것이었고, 신체를 옮기는 시점에서 이전 신체와 옮긴 신체에서 각기 다른 두명의 주인공의 인격을 가진 존재가 생성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복사가 이뤄진 시점에서 이전 신체에 있는 인격은 이동을 실패했다고 여기게 되고, 새로운 신체에 있는 인격은 이동을 성공했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둘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갈리게 되며, 멸망하는 지구에 남아 절망하는 주인공과 우주로 빠져나가 가상공간에서 유토피아를 누리며 행복해하는 주인공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게 된다. 이 중 누가 진짜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진짜 주인공은 이미 뇌스캔 실험 이후 정신을 잃은 그 순간에 사망한 게 아닐까?

모 은행 광고모델이 된 가상인간 로지

모 은행 광고모델이 된 가상인간 로지

뇌과학, 컴퓨터,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정신을 가상의 공간으로 옮긴다는 아이디어는 점점 더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 가상인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인데, 아직은 일반 대중이 가상인간과 “진짜” 인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기술이 더욱더 발전한 미래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여러가지 상념으로 우울해지는 요즘, 진짜 나를 구성하는 건 어떤 것일까 하는 화두는 나를 색다른 관점에서 돌아보게 하는 좋은 소재가 되어 주었다. 과학과 철학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생기겠지만,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 끊임없이 고찰하고 공부하고 마음과 정신을 다듬으면 좀 더 충실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빌려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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