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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들칼럼 012] '줍깅' 속의 작은 깨달음 / 궁희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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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해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은 주로 집 안에서 가족들과 지내거나 또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듣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집콕’ 생활에 적응되어서 밖에 나가서 노는 걸 굉장히 꺼려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친구들과 손잡고 뛰어놀며, 활짝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폐쇄적인 생활로 인해 늘어난 것 중에 한가지는 포장, 배달, 택배다. 이로인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포장재가 쓰레기로 배출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쓰레기의 증가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마트에 가서 직접 쇼핑하기 어렵고, 외식도 두려운 상황에서 일회용품 쓰레기의 양은 계속 늘어났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고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쓰레기들, 매일 쓰고 다녀야 하고, 계속 버려지는 마스크와 그 포장지까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게 된다면, 그 중 ‘쓰레기 문제’는 실로 엄청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보고 듣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전에 살던 인천 서구는 수도권매립지가 가까이에 있었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을 자주 보는 건 일상이었고, 일찌감치 땅에 묻은 쓰레기들을 다음 쓰레기로 덮는 일이 무한반복 되었다. 매일 새로 싣고 오는 쓰레기들은 그 옆에 또 새로운 땅을 파고 묻고 또 묻었다. 그 광경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지금 나의 편리한 생활이 결국은 지구와 인류에게는 많은 양의 쓰레기를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산과 들과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고 또 만들고 또 버리며 지구를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가…

                

                                                                                                                                                

                

 11년 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의 엄마는 천 기저귀를 한 가득 선물해 주셨다.  

“너의 소중한 아이가 다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쓰레기가 가득 찬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지 않다면 이걸 써야 한다.” 

강건한 엄마의 말씀에 나도 동의를 했기에 열심히 빨아서 삶아서 잘 말려서 반듯하게 개켜서 채우고 갈아주고… ‘참 유난이다. 종이기저귀 사서 채웠다가 버리면 편할 텐데 왜 그렇게 유난스럽게 고생하나.’ 주변 사람들의 그런 생각들이 눈빛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를 키우며 엄마가 보여주신 말과 행동을 내가 알기에, 나는 그 후로도 ‘천기저귀로 아기 키우기’를 뿌듯한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어릴 적, 몽당연필을 볼펜대에 끼워 쓰다 더 이상 깎아 쓸 수 없을 만큼 작게 쓰면 칭찬해 주셨고, 우유곽을 열심히 씻어 말린 후 가져가서 재활용 노트와 바꾸는 행사장에는 꼭 함께 갔었다. 음식을 조리하고 남은 폐식용유를 모아서 빨래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시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에 대한 도리’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언제부터 환경을, 이 지구를 소모품처럼 사용하게 된 걸까? 환경을 보호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교육은 꾸준히 받았을 텐데, 어째서 길에는 담배꽁초가 쌓이고, 먹다 남은 음료 컵은 버리고 가고, 자동차에서 쓰레기를 휙휙 던져버리는 걸까? 다시는 만나지 않을 환경인 양, 다시는 마실 물이 아닌 듯… 내년, 아니면 내후년에 또 다시 이 계곡에 발을 담글 사람이 왜 쓰레기를 그렇게 버리고 가는 걸까? 

 

환경교육은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실천과 함께 해야 한다. 부모님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 다면, 애초에 쓰레기가 최소한으로 생기도록 애쓰고 노력한다면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할 것이다. 어른들이 길에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고, 침을 뱉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지금껏 배워왔던 교육과 다르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는 계속 ‘잠재적 교육’을 하는 중이다. 어른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듣고, 느끼며 아이들은 계속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5월에 남편 회사에서 환경 캠페인으로 시작하게 된 ‘줍깅’을 시작할 때는 다소 냉소적인 마음도 없지 않았다. ‘내가 지금 이 쓰레기를 줍는다고 사람들이 길에 쓰레기 버리는 행동을 멈추진 않겠지.’ ‘누군가는 계속 버릴 거야.’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집 주변을 걸으며 길 곳곳을 구석구석 살피며, 쓰레기를 주워서 자랑스럽게 들고 오는 우리 아이들, 깨끗해진 길을 보며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점점 변하는 것을 느꼈다. 끝없이 보이는 쓰레기들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았지만, 정성으로 쓰레기 줍기를 실천하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뭉클 움직였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나의 실천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느껴졌다. 길에 있던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해진 길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은 ‘줍깅’을 통해 나 스스로의 마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매일 살면서 생기는 쓰레기들과 자꾸만 버려지는 길 위의 쓰레기들… 더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줄여보거나, 길에 나가 주워보지 않고,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선입견에 얽매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행동을 실천하니 달라지는 것이 몇 가지 생겼다. 무엇보다 나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움트고 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은 평소에는 별 관심 없이 다니던 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생긴 것이 기특하다. 


 우리 모두를 위한 환경 교육이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이어지도록, 처음부터 멀고 큰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각 가정에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올바른 재활용 방법으로 꼼꼼하게 분리수거를 계속 한다면 이 작은 희망은 반드시 지구를 살리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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