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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위로와 치유의 기운’ 사회에 퍼져나갈 겁니다” / 한겨레 / 동학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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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73972.html)


전국 호남

“새해엔 ‘위로와 치유의 기운’ 사회에 퍼져나갈 겁니다”

[짬] 곡성 이화서원 김재형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인문공동체 이화서원을 열고 동학과 주역과 도덕경을 강의하고 있는 김재형 대표. 이화서원 제공

전남 곡성에서 인문공동체 이화서원을 열고 동학과 주역과 도덕경을 강의하고 있는 김재형 대표. 이화서원 제공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자리한 인문연구 공간 이화서원을 이끄는 김재형(56) 대표는 ‘빛살’이라는 이름을 쓴다. 최근 <동학편지, 다시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노래하다>(모시는 사람들)라는 책을 낸 것도 세상에 따스한 빛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인공지능과 가상세계를 좇는 시대에 동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지난 12월26일 전화 인터뷰에서 “농민운동가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뒤 농민 운동의 전통과 전라도 혁명의 흐름을 알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그가 다른 농민운동가들과 약간 달랐던 점은 동학 경전을 통해 동학의 근원적인 의미를 궁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부산 출신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2001년 곡성 죽곡을 새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다. 실핏줄처럼 흐르는 마을 앞 강의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농민열린도서관을 설립해 농민들과 책을 모아 함께 읽고 공부했다. 버스도 띄엄띄엄 다니는 오지인데도 전국적인 지명을 가진 명사들을 초청해 인문학강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고전을 읽었다”고 했다. 그때 동학을 만났다. 장일순·김지하·김종철 선생을 통해 동학을 접한 뒤 경전을 구해 읽었다. 처음엔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사상에 마음이 끌렸다. 오랫동안 농사를 짓다가 수운 선생을 만나 동학 지도자가 됐던 해월은 ‘농민 성자’로 불렸다. 해월은 ‘나락 한 알 속에도 우주가 있다. 곡식은 천지부모의 젖이다’는 말처럼 농민의 마음을 체화시킨 설교가 많아 감동의 깊이가 컸다. 그런데 해월의 설교를 주해한 책이 따로 없었던 게 아쉬웠다. 김 대표가 2018년 해월 선생의 사상을 담은 책을 번역해 <동학의 천지마음>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운 선생님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가 숙제처럼 남아 있었어요.”

부산 출신 대학 나와 전남 곡성으로
농민들과 공부 하다 ‘동학’ 만나
‘동경대전’ ‘용담유사’ 풀이집 펴내
“인공지능·가상세계 해결책 찾아”

주역 공부도…2023년 ‘재중괘’ 뽑아
“이웃과 따뜻한 밥 나눠 먹는 마음”

<동학 편지> 표지. 모시는사람들 제공

<동학 편지> 표지. 모시는사람들 제공

김 대표는 곡성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지난해 <동학> 강좌를 열었다. 이 강좌를 계기로 느리고 긴 호흡으로 동학의 핵심 경전을 다시 꼼꼼하게 읽었다. <동학편지, 다시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노래하다>는 독자와 대화를 나누는 편지 형식으로 16차례에 걸쳐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동학의 핵심 경전을 현대말로 풀이하고 해제를 붙인 책으로, 처음 동학을 접하는 분들이나 한문을 모르는 청년들도 이해하기 쉽다. 특히 농촌에서 치열한 문제 의식을 갖고 살았던 저자가 현대적 감수성을 살려 쓴 책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가사체인 <용담유사>를 4·4조 운율을 유지하면서 현대말로 풀이한 점도 흥미롭다.

김 대표에게 “현대 사회에서 동학이 갖는 의미”에 관해 물었다. 그는 “150년 전 생각이지만 지금 읽을 때 의미가 더 강하게 살아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경천·경인·경물 등 삼경 사상 중 자연과 물질문명도 공경한다는 의미인 ‘경물’은 요즘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와도 인격적인 만남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동경대전>의 시에 담긴 ‘산하대운’이라는 말에서 따 오는 2월22일 ‘산하대운 순례’를 떠난다. 그는 “산하대운은 기후위기 등 ‘지구적 변화’를 예측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지구를 위한 기도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원장이 ‘즐거운 주역 놀이 방식’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이화서원 제공

김재형 원장이 ‘즐거운 주역 놀이 방식’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이화서원 제공

이화서원 인문학 운동의 또 다른 축은 <주역>이다. 2016년 세상에 선보인 <시로 읽는 주역>은 64괘가 가지는 의미를 자작시로 푼 책이다. 김 대표는 주역의 음양오행 우주론으로 세상의 변화와 개인 삶의 우주적 의미를 읽는 공부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의 ‘즐거운 주역 놀이 방식’에 흥미를 갖게 된 청년 도반 7~8명이 곡성으로 이주해 함께 공부하고 있고, 30~40명의 평화 활동가들이 이화서원 연구원으로 연대하고 있다. 100여명의 후원자들이 이화서원 공부 공동체를 지원하는 든든한 힘이다. 김 대표는 “농촌으로 청년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장년 세대가 후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경>도 김 원장의 사유 세계를 이루는 세 축 중 하나다.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2021)이라는 책은 노자를 세 나라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이화서원은 매달 한 차례씩 줌을 통해 한·중 시민들이 <도덕경>을 함께 읽는 공부 모임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도덕경은 주역의 해설서였다. 급변하던 시대 변화를 읽기 위해 노력했던 수운 선생도 뛰어난 주역 해석가였다. 동학-주역-도덕경의 세 축이 모두 연결된 하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3년 계묘년의 세운으로 주역 64괘 가운데 ‘가인괘’(家人卦)를 뽑았다. 가인괘 중 효인 ‘재중괘’(在中饋)는 따뜻한 밥을 나누어 먹는 마음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새해엔 이웃과 따뜻한 밥을 나누는 위로와 치유의 기운이 사회에 퍼져나가게 된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하고, 그 힘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사회를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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